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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지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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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렉산드리아 도서관의 흥망 --지식의 천국, 불 속에 사라지다-- 1. 불에 타버린 것은 책이 아니라 문명이었다도서관이란 단어는 때로 경외심을 동반한다.그 중심에는 고대 지식의 상징이었던 알렉산드리아 도서관이 있다.이집트의 항구 도시 알렉산드리아에 세워진 이 도서관은 단지 책이 모인 장소가 아니었다.그곳은 고대 세계의 지식, 과학, 철학, 언어가 집결된 문명의 정점이었다.그러나 이 위대한 도서관은 역사의 어느 순간, 갑작스레 불타 사라졌다.수십만 권의 문서, 고대 세계의 과학과 사상이 문자 그대로 연기처럼 사라졌다.이 글에서는 알렉산드리아 도서관이 어떻게 만들어졌고, 어떤 과정을 거쳐 몰락했는지를 정리해본다. 2. 알렉산드리아 도서관은 어떻게 시작되었는가?알렉산드리아 도서관은 기원전 3세기, 이집트를 지배하던 프톨레마이오스 왕조에..
세계 최초의 도서관은 어디일까? – 기록을 모은 자, 문명을 만들다 – 1. ‘도서관’이라는 개념은 언제부터 존재했을까?우리는 지식을 얻기 위해 도서관을 방문한다. 하지만 이 도서관이라는 개념은 단지 책을 모아둔 공간이 아니다. 그것은 곧 문명을 축적하고 공유하는 방식의 시작이었다.그렇다면 도서관의 기원은 어디서부터였을까? 단순히 책을 쌓아놓은 창고에서, 왕이 지식을 독점하던 시대까지 거슬러 올라간다.놀랍게도 세계 최초의 도서관은 약 기원전 7세기, 고대 메소포타미아 문명에서 등장했다.이 글에서는 그 도서관이 어떤 구조였는지, 어떤 자료를 모았는지, 그리고 왜 지금도 중요하게 여겨지는지를 살펴본다. 2. 세계 최초의 도서관, 아슈르바니팔 도서관기원전 668년경, 아시리아 제국의 왕 아슈르바니팔은 수도 니네베에 도서관을 세웠다.이곳은..
[4편] 채륜의 종이 – 종이의 대중화와 문명의 가속화 1. 한 인물이 바꾼 기록의 역사, 종이는 선택이 아닌 혁명이었다인류는 정보를 저장하고 공유하기 위해 다양한 기록 매체를 고안해왔다.점토판, 파피루스, 겸백, 목간 등은 그 시절 나름의 기술과 자원을 활용한 결과물이었다. 그러나 이들에는 공통된 한계가 있었다. 너무 비싸거나, 너무 무겁거나, 혹은 쉽게 훼손되기 쉬웠다. 그런 가운데, 기원후 2세기경 **중국 후한(後漢)의 환관 채륜(蔡倫)**은 전혀 새로운 방식으로 정보를 기록할 수 있는 매체, 즉 오늘날 우리가 알고 있는 ‘종이’의 원형을 발명했다. 채륜이 개발한 종이는 단순한 발명을 넘어, 지식의 대중화, 문서 행정의 효율화, 문명의 폭발적 성장을 가능케 한 혁신이었다.이번 글에서는 채륜이 만든 종이의 구조와 특징, 그리고 그 기술이 세계로 어떻게 ..
[3편] 겸백과 목간 – 종이 이전, 동양의 기록 도구들 1. 기록은 서양만의 것이 아니었다, 동양은 동양만의 방식으로 기억을 남겼다오늘날 우리가 익숙하게 사용하는 종이는 동양에서 발명되었지만, 종이가 등장하기 전에도 동양 사회는 이미 고유한 방식으로 정보를 기록하고 저장해 왔다. 특히 고대 중국에서는 비단에 글을 쓰는 ‘겸백(縑帛)’, 그리고 한반도와 일본을 포함한 동아시아 지역에서는 **나무판에 글을 적는 ‘목간(木簡)’**이 중요한 기록 수단으로 사용되었다.이 두 가지 기록 도구는 단순한 종이 대체물이 아니라, 당시의 사회 구조와 문화, 문자의 보급 수준을 고스란히 반영한 결과물이다.이번 글에서는 종이 이전 동양의 독창적인 기록 매체인 겸백과 목간을 통해, 우리가 놓치고 있는 고대 동양의 정보 보존 방식을 들여다보려 한다. 2. 겸백 – 부유한 자만이 쓸..
[2편] 점토판, 문자의 시작을 새기다 – 종이 이전의 기록 매체 1. 종이가 없던 시대, 인류는 어디에 기록했을까?오늘날 우리는 손에 잡히는 종이나 디지털 화면에 문자를 쓰며 정보를 나눈다. 그러나 인류는 처음부터 종이나 디지털 기술을 가진 것은 아니었다. 언어가 생겨나고, 사고가 문장으로 발전했을 때 인류는 ‘무언가’에 기록할 필요성을 느꼈고, 그 첫 해답은 놀랍게도 **‘점토’**였다. 메소포타미아 문명에서 사용된 **점토판(clay tablet)**은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기록 수단 중 하나로, 인류가 어떻게 지식을 저장하고 전달하기 시작했는지를 알려주는 중요한 단서다.이 글에서는 종이보다 훨씬 앞선 시기에 사용된 점토판의 구조와 기능, 그리고 그것이 남긴 인류사의 흔적에 대해 깊이 있게 살펴본다. 2. 점토판은 문자의 탄생과 함께 등장했다기원전 3000년경, ..
[1편] 종이의 기원과 고대 이집트의 파피루스 1. 우리가 너무 당연하게 여긴 종이, 그 기원을 되짚다 오늘날 우리는 종이를 너무도 자연스럽게 사용하고 있다. 일기장을 넘기고, 서류를 출력하고, 책을 펼치는 순간조차 종이라는 존재는 배경에 머무른다. 그러나 종이라는 물질은 결코 당연히 존재했던 것이 아니며, 인류가 문명을 이루는 데 있어 결정적인 전환점이 된 기록 도구였다.종이의 기원을 파고들면 고대 이집트에서 사용된 ‘파피루스’라는 식물 기반의 기록 매체를 만나게 된다. 파피루스는 종이의 전신이자, 고대 문명이 남긴 가장 대표적인 정보 전달 수단 중 하나였다.이 글에서는 파피루스의 특징과 역할, 그리고 그것이 인류 문명에 미친 영향을 중심으로 이야기를 풀어보려 한다. 2. 파피루스는 식물이 아니라 문명의 촉매였다 고대 이집트 문명은 나일강을 중심으..
11-4장 디지털 시대의 서지학은 ‘망각 설계자’가 되어야 한다 정보의 무제한 보존은 지식의 신뢰를 훼손할 수 있다디지털 기록은 수정이 가능하고, 버전이 남으며, 끊임없이 복제된다.하지만 그 모든 정보가 동등하게 보존되고 노출될 경우, 오히려 사용자에게 정보 피로와 혼란을 유발할 수 있다.초기 버전, 오류가 있는 문헌, 맥락 없이 남겨진 발언들이 영원히 보존될 때, 지식 체계는 점점 혼탁해지고 왜곡된다.서지학은 이러한 상황을 통제하기 위해, 보존과 제거의 기준을 구조화하는 역할을 맡아야 한다. 삭제 가능한 서지 시스템은 기술이 아닌 철학에서 시작된다모든 기록을 ‘남기는 것’이 서지학의 궁극적 목적이 되어서는 안 된다.오히려 어떤 기록은 시간과 맥락 속에서 잊히는 것이 더 적절하며, 그 기준은 기술이 아니라 서지학적 판단과 윤리적 설계에서 나와야 한다.예를 들어, 특..
11-3장 삭제할 수 없는 기록은 누구를 위한 것인가? 데이터 보존은 ‘기록의 공익성’을 앞세운다디지털 아카이브는 보통 공익성과 역사성을 이유로 데이터의 영구 보존을 정당화한다.공공기관, 도서관, 뉴스 아카이브, SNS 플랫폼은 ‘공적 기억’을 위해 콘텐츠를 무한히 저장하고 열람 가능하게 하는 시스템을 갖추고 있다.하지만 이러한 보존 행위는 언제나 공공의 이익을 위한 것만은 아니다.많은 경우, 기록은 이용자 동의 없이 축적되며, 삭제나 비공개 요청이 실질적으로 받아들여지지 않는 구조를 갖고 있다. 삭제되지 않는 기록은 ‘감시’의 수단이 될 수 있다기록이 영원히 남는다는 사실은, 이용자에게 투명한 정보의 장점이 되기보다는 통제와 감시의 도구로 작용할 수 있다.기업과 국가 기관은 개인의 검색 기록, 열람 이력, 문서 수정 이력 등을 통해 행동 패턴을 분석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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